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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대재해처벌법’ 개선방안
고령근로자, 중처법 별도 적용기준 마련해야
국토교통뉴스   |   2024.02.08 [19:22]

▲ 박광배 연구위원     ©국토교통뉴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로 인한 피해는 당사자인 근로자와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적인 비용을 초래한다.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시설과 환경 조성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복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대재해 감축은 반드시 실현돼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사망 등의 중대재해를 감축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과 제도가 시행되었으나, 여전히 재해로 인한 사망과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됐고, 법적 수단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2021년 1월 26일 제정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령과 달리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와 처벌을 규정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규정하고 위반 시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재해예방 및 안전 관련 현행 법령 중 가장 강력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건설업은 50억원)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되었다. 그리고 2024년 1월 27일부터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건설업은 50억원 미만) 사업장도 적용되고 있다.

  산업계와 관련 부처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건설업은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시행의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제시하였다. 강력한 처벌과 규제 위주의 법과 제도는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은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국내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인 2022년 50억원 이상 사업장의 중대재해는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강력한 처벌과 규제가 중대재해 감축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산업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유예에 필요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 안전관리자 확보의 어려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운영의 애로, 중소영세 업체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부재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 이외에도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우려된다. 2022년 11월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도 중소기업은 예방역량 자체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전술한 우려뿐만 아니라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은 고령의 건설근로자들의 근로기회를 박탈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내국인 건설근로자의 평균 연령대가 50대 중후반이며, 해당 연령대의 근로자들은 전직 및 다른 업종으로의 이동성이 낮다. 뿐만 아니라 건설근로자는 제조업 종사자와 달리 육체에 체화되는 숙련의 특성으로 인하여 다른 업종으로 전직하더라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부가조사에 의하면 2013년 55세 이상 취업자 중 건설업 취업자는 415천명에서 2023년에는 787천명으로 1.9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 산업이 1.58배 증가한 것에 비해서도 높다. 건설업의 생산요소 사용은 노동의존적이며, 과거에 비해 기계화가 진전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고 원활한 노동력 수급이 생산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령대가 높아도 현장에서의 경험과 숙련이 축적된 근로자는 생산성이 담보되므로 수요가 많다. 현장상황과 위험요소를 파악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해 중대재해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확대로 현장에서 고령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돼 근로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2022년 건설업의 사고사망자는 402명이며, 82.8%인 333명은 근속기간 6개월 미만 근로자였다. 2021년의 86.6%에 비해 감소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현장경험 부족이 사고사망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경험이 충분하고 숙련이 축적된 근로자는 재해로 인한 사망을 감축할 수 있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기대여명(평균수명)은 83.5세이다. 전술한 것처럼 다른 업종으로의 전직이 제한적인 건설근로자에게 근로기회와 소득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는 것은 생계유지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특히 다수의 건설근로자는 국민연금 등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산을 축적하고 있지 못하다. 

  50억원 미만 현장은 소규모 현장이며, 해당 공사의 시공자도 영세규모 건설업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는 고령의 숙련자들이 저숙련자로 대체돼 중대재해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 감축과 고령의 건설근로자의 근로기회 확대가 양립될 수 있는 법과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 관련해 고령 근로자를 대상으로 별도 기준 적용 공감대를 위한 논의와 구체적인 기준 정립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박광배(대한건설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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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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